갓고다 1호 시흥 당근집

소규모 건축, 첫 계약

2017년 10월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고 이런저런 일을 해 나가던 중 OO 건축플랫폼을 통해 소규모 상가주택 기획설계를 하였다. 건축플랫폼이라는 형식상 기획설계는 클라이언트를 딱 1번 만나보고 공모전처럼 여러 회사가 설계안을 제안하면 그 중 클라리언트가 맘에 드는 회사를 골라 계약하는 절차였다. 설계안을 낸 후 건축사 선정까지 클라이언트는 각 회사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계에 대해 논의하고 사무실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이 있었다.

선정이 되면 설계를 다시 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우리는 일단 수주가 목표이기도 했고, 플랫폼의 특성상 클라이언트의 생각과 삶의 방식 등을 맞추지 않고 진행한 설계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여 OK하였다. 그러고는 설계와 우리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눈 후 헤어졌고, 사실 선정을 기대하지 않았었다.

“갓고다를 선택하기로 했어요. 갓고다가 가장 진실해 보였어요”

의외였다. 그렇게 선정이 되었고, 개업 후 첫 계약이 이루어 졌다.

시작. 임대주택, 택지개발지구, 디자인에 대한 고민

“100% 임대세대로 채우려 합니다”

클라이언트는 본인은 이 집에 입주하지 않을 것이고 100% 임대를 위한 집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성능과 다른 집과는 다른 차별점,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을 디자인 정도면 된다고 했다. 이렇다보니 재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의 생활 방식이나 습관, 취미 등에 대한 일반적으로 주택을 설계하는 데 논의하는 이야기보다 좋아하는 디자인, 선호하는 재료, 집짓기를 생각했을 때 목표로 한 집의 롤모델 등 클라이언트의 취향을 파악하고 디자인 방향을 잡기 위해 필요한 대화를 많이 하게 되었다.

택지개발지구의 임대주택

그리고 임대주택, 여러 디자인가이드라인이 있는 택지개발지구의 상가와 주택이 혼합된 임100% 임대건물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임대주택인 이상 클라이언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용적률 즉 임대면적이며, 특별한 요구사항은 동시다발적으로 지어지는 택지개발지구에서 다소 튀는 차별적 디자인이었다. 택지개발지구는 지구단위계획이 지정되어 있어 지붕각도가 정해져 있고 최대 용적률을 맞추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지정된 이격거리를 준수한 채 꽉 채워서 올리면 기본적인 집의 용량과 형태는 다 정해질 수밖에 없다. 다행이 양쪽에 도로가 있어 채광일조조건은 피해갈 수 있었지만 파사드는 10~20cm의 셋백도 용납되지 않았다.

매일 오렌지색 셔츠를 입고 계시는 갈비집 사장님

첫 미팅 때 형광 오렌지빛 등산 셔츠를 입고 오신 클라이언트는 만날 때 오렌지색 셔츠를 입고 계셨다. 오랜 시간 요식업에 종사하시고 지금은 본인의 갈비집을 운영하고 계시는 사장님으로 요리와 식당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셨다. 그리고 오렌지색에 대한 사랑 역시.

집은 당근집이라 애칭을 정하였고, 디자인은 꽤나 큰 필지에서 변화를 주고 대지가 3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존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2가지 벽돌로 파사드를 분절하기로 하였고, 왕갈빗대를 갈비살이 감싸고 있듯 속 뼈대를 파사드 덩어리가 감싸고 있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각 임대세대 인테리어는 직접 하기로 하셔서 공용 로비 디자인만 하였다. 외부의 오렌지 컨셉을 내부에도 끌어들였고, 외부에서 파사드가 면을 감싼 것은 계단 핸드레일이 면으로 감싸 올라가게 하였다.

당근집 색은 클라이언트의 오렌지색에 대한 애착에 따라 집은 당근색에 가까운 오렌지톤으로 결정하였고, 그 색은 인공의 채색된 색이 아닌 자연 자재 자체의 발색으로 만들기로 하였고, 오랜 시간 변함없는 재료를 원하셔서 적토를 구워낸 토벽돌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클라이언트가 생각나는 원하는 발색 벽돌을 찾기 위해 우리는 직접 벽돌 공장들을 찾아다녔고, 오렌지 베이스의 두 벽돌을 선정하였다. 1층 상가 쪽은 주택부분과 다르기를 원하고 흔하지 않은 돌을 쓰기를 바라셔서 우리는 석공장을 답사해서 이태리산 현무암을 제안하였다.

조사해 온 돌과 벽돌은 콤비네이션을 만들어서 미팅 때 보여드리고 그 중 최종적 선택을 하였다.

발전. 주거성능/품질 향상에 대한 설계자의 노력

집은 디자인을 넘어 섬세한 디테일이 빛을 내 준다고 생각하였다. 우리는 오랜 시간을 들여 재료와 재료가 만나는 부분, 물을 끊어주어야 할 부분, 배관을 외장재와 만나게 하는 부분, 디자인 포인트가 되는 부분 등 필요한 모든 부분의 상세를 계획하고 도면으로 그렸다.

우리가 특히 포인트를 줬던 부분들은 파사드에서는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난간과 창 상하부 창대들과 인테리어 중 공용부 현관문과 메인 로비를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계단으로 집의 개성을 보여주는 요소들이었다. 그리고 색채.

우리는 상세도를 계속해서 그리고 주변의 많은 경력의 건축사 선배들, 자재 업체들과 협의하였고, 계단 핸드레일의 경우 을지로에서 샘플제작까지 하였다. 그렇게 해서 상세도와 선택 자재 등을 픽스하고 내역을 첨부하여 시공자에게 전달하였다.

준공. 그래도 완성된 집

그렇게 당근집이 완성되었다. 계약부터 1년이 걸린 프로젝트였고, 몇 번의 설계변경이 있었고, 현장변경도 상당했다. 건축가의 눈에만 보이는 아쉬운 부분들은 아마도 우리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결국 클라이언트는 이 집에 입주하였고,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가며 집을 완성시켜 나갈 것이다. 건축은 삶을 살아낸 후가 건축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갓고다 이름의 첫 프로젝트였고, 그래서 더 힘썼고 그럼에도 더 아쉬운 프로젝트다. 우리는 이 집을 위해 1년여를 밤 세우고, 자재공장을 뒤지고 여러 전문가들과 부딫혔다. 건축 플랫폼이 아닌 개인의뢰로 만나 처음부터 하나하나 의견을 조율하며 했다면 시간도 절약되고 더 좋은 집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