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 에이플랫폼 ‘건축가의 취미생활'[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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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4 에이플랫폼 ‘건축가의 취미생활’전시회

planning or painting, planning and painting

애초에 나는 143을 341로 읽는 왼손잡이였다. 그러나, 성장과정에서 부모님에 의해 주요 도구를 오른손으로 사용하게 훈련 받았고, 지금 나는 그래서 양손잡이로 살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좌뇌로 극도로 이성적이고 치밀하고 계획적인 ‘건축가’의 삶을 살아가며 하루 12시간씩 캐드와 엑셀을 넘나들며 치수, 크기, 스케일과의 싸움을 한다.

건축의 세상 속 직교체계와 예민한 치수, 비례 등은 ‘건축이라는 일’을 하기 위한 도구이며, 이것에 조금이라도 둔감한 순간 뭔가 어색한 건축물과 잘못된 물량으로 산출되는 과오를 범하게 된다. 어쩌면 이런 치밀한 긴장감이 건축의 매력일지 모르지만, 나는 종종 여기서 호흡곤란을 느끼곤 한다.

나에게 ‘캔버스’는 크던 작던 나에게 우유 빛 바다다. 어디로든 헤엄치고, 어디서든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는.. 적어도 캔버스 안에서 나는 마음대로 사선을 그려볼 수도 있고, 손아귀에 힘을 맘대로 넣었다 뺐다 하며 붓을 휘두를 수 있다. 뽀얀 캔버스 위에 젯소를 하얗게 바르고 나면, 난 어떤 밑그림도 없이 어느 한 곳에서 붓질을 시작한다. 때때로 붓조차 거추장스러우면 난 손과 손바닥으로 물감을 턱턱 내던지며 그려나간다. 작은 물감 덩이들이 내 손을 거쳐 캔버스에서 그렇게 어떤 그림이 되어갈 때, 계획하지 않은 속에서 나조차 예상하지 못한 어떤 그림이 되어 나올 때 난 정말 다른 종류의 심호흡을 한다.

내 그림들은 숲이기도 하고 도시이기도 하고 건축물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어떤 작가들처럼 치밀한 계획에 의해 밑그림 그려 철두철미하게 그려낸 그림이 아니라, 캔버스를 만난 물감과 내 손에 의해 극히 감상적으로 그려진 그림들이다. 그렇기에 나는 ‘painting’이라는 작업을 통해 ‘planning’ 세상에서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애초에는 그림뿐이었지만, 지금은 painting을 통해 만난 세상에서 또 다른 planning을 만나고 있다.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의 전시공간기획, 부산 사하구 홍티예술촌 공간기획, 부산 COAF 전시공간기획이 그것들이다.

이제 나에게 planning과 painting의 경계는 없으며, planning or painting, planning and painting에 대한 질문과 탐구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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